타래과처럼 만든 담백한 약과와 대추차를 먼저 내온 김정옥 종부님과 반상 위에 나란히 앉고 보니 대청마루 앞과 뒤의 문을 통해 산바람이 시원스레 지나갔습니다. 바람 내음에 어쩐지 시골 김치는 맛이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종갓집 맏며느리로 지낸 지난 세월을 먼저 물었습니다.
“결혼 당시만 해도 시골에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었어요. 냉장고 하나를 혼수로 해왔더니 시골에서 화제가 되었어요.(웃음) 작은 것을 골랐는데도 어르신들은 크다며 전기세 아깝다고 손사래를 쳤었죠.”
도시 여자로 살아온 그녀였지만 이제는 시골생활이 더 훌쩍 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냉장고 하나라 화제를 일으키며 시작한 맏며느리 생활은 그리 녹록지 않았습니다. 냉장고가 없던 시골에서는 가까운 우물 속에 보관할 음식을 넣어두었다가 때마다 꺼내서 먹었는데 나르는 것만 해도 보통일이 아니었죠. 그러니 현대생활에 비교하면 가사노동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말로 다 설명할 수는 없다고 과거를 회상하십니다.
2일에 한번 담근 김치, 종갓집 일품 맛으로
“어르신들은 쉰 음식을 잘 안 드세요. 그래서 이틀에 한 번씩 김치를 담그니 이 또한 보통일이 아니었죠. 여름에는 열무김치, 오이소박이를 만들어 먹고 가을에는 배추김치를 담아 먹었죠. 그렇게 자주 담근 덕분에 솜씨가 많이 늘었는지 저희 집 나박김치, 깍두기, 오이소박이는 장(아당골 장은 350년 전통으로 이미 알려져 있다) 이상으로 맛이 있다고 칭찬이 자자했어요.(웃음)”
현재 <아당골>에서는 김치는 따로 판매하지 않고 젊은 사람들을 위한 체험교육만 제공하고 있습니다.
종갓집에서 아당골, 현대판 종부로 변신하기까지
다른 종갓집에 비해 대들보, 마루 등 곳곳에서 윤기가 흘러 오래된 고택이라는 느낌보다는 산뜻한 현대판 고택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이렇게 넓은 집을 관리하려면 힘들텐데 장 담그는 것에서 집을 지키는 일까지 어떻게 해내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대개의 종갓집은 종신종부가 살지 않고 관리인이 집만 지키니 집이 제대로 남아 있을 리가 없는편입니다. 저는 결혼 한 이후 34년간 이곳에서 살면서 보이는 곳마다 쓸고 닦고 했지요.”
“종가를 지키려면 소득사업을 해야 한다”는 김정옥 종부님. 결국 종부도 사람이기에 기본적으로 생활은 영위해야 하기에 소득이 있어야 집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하십니다.
20여 년 전부터 하인방과 곳간을 개조해 고시원으로 운영하며 수익사업을 시작했습니다. 12개의 방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20개로 늘었습니다.
국내 최초의 장 전시회, 1리터 500만원 경매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고시원을 거쳐갔던 학생들은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가 되면서, 아당골의 된장 맛을 잊지 못해 사람들에게 말하기 시작한 것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2006년도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에서 로하스 전시회에 국내 최초로 장 전시회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주위의 권유로 간장을 출품했는데 1리터에 500만원에 팔리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 것이지요.
장맛만큼 좋은 아당골의 김치맛
“이틀에 한번 김치를 담아서 그런지 사람들은 저희 집 김치 맛이 장 맛 만큼 좋다고 이야기를 많이 해요.”
나박김치는 장김치라고 부르는데 간을 맞출 때 소금이 아닌 우리나라 조선간장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김치 색깔이 가무잡잡한데 그렇게 해서 먹으면 깊은 맛이 나고 생 것으로 먹어도 맛있습니다. 장은 나박김치에만 간을 하고 다른 김치에는 장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아당골>은 3년 전부터 다문화가족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장체험, 김치체험, 고추장체험 등을 실시하고 있는데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이 김치체험입니다. 11월에 할 예정인데 한 번할 때 1일 40명 정도 듣고 있는데 홈페이지에 공지를 하면 곧장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좋습니다.
일반인도 따라 할 수 있는 김치 맛내기
“농약제거를 위해 식초를 한두 방울 떨어뜨린 물에 배추나 채소 등을 담근 후 흐르는 물에 씻으면 좋습니다. 저희 집에는 감나무가 많아서 완전히 익은 감을 따다 감김치를 담아 먹었습니다. 감을 깍두기처럼 썰어서 김치로 담아 먹었다. 요즘에는 설탕 대신 홍시로 단 맛을 내기도 했다. 또는 이 고장에서는 대추가 많이 나기 때문에 대추를 고아서 낸 물로 단 맛을 내고 있습니다.”
감김치, 고추김치도 담아 먹고, 여름에는 엇갈이 배추로도 담아 먹고 있습니다.
“보관이 용이하지 않았던 몇 십 년 전에 비하면 지금은 보관이 참 좋아졌다”고 말씀 하시는 김정옥 종부님. 냉장고는 지펠을 두 번째 사용하고 있다며, 삼성이 A/S가 가장 좋아서 선호하고 있다고 전합니다.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어떤 것으로도 김치를 담아 먹는다면 자신만의 브랜드가 붙여진 김치가 탄생된다는 것. 그리고 장은 오래될수록 맛이 우러나 김치와 다른 음식에 간을 할 때에도 맛을 낼 수 있다고 강조하시는 김정옥 종부님의 말씀을 가슴에 고이 새겨봅니다.
기사 작성 : 최선희 기자
기사 제공 : 웹브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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