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스포츠 최고봉인 F1 그랑프리(Grand Prix)는 1년 동안 19개 서킷을 돌며 톱 드라이버들이 750마력 이상 나는 경주차를 시속 300km 이상의 속도로 몰며 최고를 가리기 위한 목숨을 건 경주를 벌인다.
F1 그랑프리는 관중 및 시청자 규모와 경제적인 파급력 등에서 월드컵, 올림픽에 버금가는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불리지만 그 동안 세계 자동차 생산 5위인 위상에 걸맞지 않게 국내에서는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그러나 오는 10월 22일부터 3일간 전남 영암에서 열리는 F1 코리아 그랑프리 유치 확정 이후 국내에서 F1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F1 그랑프리의 기원은 지난 1906년 프랑스의 르망 근처에서 ‘프랑스 오토 모빌클럽(ACF)’이 주최한 프랑스 그랑프리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그랑프리의 열기는 이탈리아와 벨기에, 모나코 등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 여러 그랑프리가 독자적으로 생겨났다.
하지만 각국의 모터스포츠는 규정이 달라 국제적인 레이스로 치를 수 없었다. 특별한 경주차 규정이 없었고, 레이스 자체도 매우 단순했다. 초기에는 경주차 좌석의 숫자와 휘발유, 증기기관 등 어떤 연료를 사용하는가에 따라 클래스를 나누었을 뿐이다. 그 뒤로 650kg, 700kg 등 당시 실정에 따라 최저, 최대무게 등 제한규정을 갖추며 발전을 거듭한 끝에, 1947년에 각국의 모터스포츠 관련단체는 세계자동차연맹(FIA)을 만들었고, FIA는 그 해에 ‘F1 규정’을 마련했다. FIA가 F1이란 규정을 만들어 낸 것은 경주차들이 거의 같은 상황에서 공정한 경기를 벌이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마침내 1950년 5월 13일에는 영국의 실버스톤에서 F1 규정으로 첫 레이스가 열렸다. 그 뒤로 F1 레이스는 개최하는 나라의 이름을 내걸게 되었다. F1 그랑프리는 1960∼70년대 로터스, 페라리, 브라밤의 시대를 거치며 74년 맥라렌이라는 명문팀을 탄생시켰다. 1980년대 들어서는 맥라렌, 윌리엄즈, 페라리 세 팀이 주축이 되어 2000년대 중반까지 F1을 흥미롭게 만들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하락세를 보인 윌리엄즈에 이어 2007년에는 ‘F1 황제’ M. 슈마허 은퇴와 함께 페라리가 우승 후보권에서 밀려나는 수모를 당한다. 그나마 맥라렌이 L. 해밀턴과 J. 버튼 등을 앞세워 자존심을 이어가고 있다.
초창기에는 큰 인기를 얻지 못해 일곱 번 레이스를 치렀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인기가 높아져 1977년에는 17번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이 해에 일정이 너무 벅차다는 의견이 나와 16번만 열도록 하는 규정이 생겼다. 이 규정은 96년 17차례도 열 수 있는 것으로 다시 고쳐졌으며 그 뒤로 몇 차례 수정 끝에 올 시즌엔 19라운드로 치러진다. 물론 그랑프리는 어떤 서킷에서나 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FIA가 경주차의 성능향상에 맞춰 서킷의 넓이와 폭, 도로상태, 안전에 관련된 시설 등에 대해 검토한 후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아야만 F1 그랑프리를 열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자격을 인정받고 레이스를 치르더라도 서킷은 유지보수를 통해 항상 최상의 상태를 유지해야만 한다.
전 세계적으로 최고라 자부하는 드라이버들도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F1은 모터스포츠의 최고봉답게 쉽게 문을 열지 않는다. 때문에 F1 드라이버로 활동하려면 F3 또는 GP2 등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수퍼 라이선스’를 따야 출전자격이 주어진다. F1 레이싱팀에 입단하면 테스트 드라이버를 거쳐 그랑프리에서 뛰게 된다.
*F1, GP2, F3는 국제적인 경기로 자국 내 경기를 통과한 자격의 선수들이 차례로 F3, GP2를 통과하여 F1까지 진출하게 된다. 과거 1950년대에는 F2경기가 있었으나 없어졌고 F3000이라는 경기가 생겼지만 2006년에 없어지고, 그 뒤 2007년 GP2가 열리면서 F1, GP2, F3의 세 경기로 자리잡게 되었다. 각각의 경기는 배기량과 엔진에 따라 구별되며 GP2와 F3는 F1에 비해 배기량과 엔진 수준이 낮다고 보면 된다.
한편 고속 레이싱을 하는 드라이버에게는 지구 중력의 4배가 되는 힘을 견딜 수 있는 목 근육과 강한 다리, 튼튼한 심장이 요구된다. 남녀의 체력차이를 무시해도 될 만큼 만만한 운동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모험심 많은 여성들은 모터스포츠를 남성의 전유물로 놓아두지 않았다.
국제규정에 의거해 F1 그랑프리가 출범한 1950년부터 따지면 이탈리아 출신의 마리아 테레사 데 필립스가 세계 최초의 여성 레이서라 할 수 있다. 이후 F1에 도전한 여성은 L. 롬바르디, D. 갈리카, D. 윌슨, G. 아마티 등 4명이 더 있다.
F1 그랑프리는 언제 어디서나 3일간 치른다. 일요일이 결선이므로 레이스는 금요일 오전부터 시작된다. 유일한 예외가 모나코 그랑프리로, 종교적인 이유에서 금요일은 레이스 주행이 없어 목요일에 시작된다. 오전과 오후에 드라이버들은 서킷과 경주차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자유주행을 한다.
토요일은 오전에 자유주행을 하고 오후에 예선을 치른다. 예선은 녹다운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정 시간 자유롭게 코스에 나가 달린 후 랩타임(서킷 한 바퀴를 돈 시간) 기록 중 일정 순위 이하 드라이버들을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최초 예선에서는 16위부터 24위까지를 결정한다. 상위 15명의 드라이버가 다시 두 번째 예선에서 랩타임을 다툰다. 이때 다시 하위 5명(11∼15위)을 결정한다.
마지막 예선에서 다시 겨루어 1∼10위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때 기록이 가장 뛰어난 드라이버가 제1열(폴포지션)을 차지하고 순서대로 자리를 잡는다. 예선 기록이 같으면 기록이 나온 랩이 빠른 드라이버가 앞자리에 선다.
스탠딩 스타트 방식으로 진행되는 결선 그리드(출발선)는 두 대의 차가 엇갈려 서고 앞 뒤 차의 간격은 8m다. 결선은 일요일 오후에 시작되지만 그랑프리마다 차이가 있다. 한국은 오후 3시에 막이 오른다. 결선에 앞서 오전에 워밍업 주행을 하는데 노면상태나 기후에 따라 약간씩 늘어나기도 한다. 웜업 주행은 결선에 앞선 마지막 점검으로 압력, 온도, 습기 등 실제경주와 같은 상태에서 경주차를 테스트하는 것이어서 매우 중요하다.
결선에서 드라이버가 달릴 수 있는 총 거리는 305km, 두 시간이 넘게 운전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저속 테크니컬 코스인 모나코 그랑프리의 경우 레이스 도중 비가 내려도 진행 중인 레이스를 멈출 수 없어 두 시간을 넘기기도 한다. F1 그랑프리는 미국의 챔프카 월드시리즈와 달리 날씨의 영향을 덜 받는다. 타이어 메이커가 빗길에서도 그립력을 잃지 않는 ‘웨트(WET)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전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레이스를 멈출 수도 있다.
결승을 치르고 나면 1위부터 10위까지 25, 18, 15, 12, 10, 8, 6, 4, 2, 1점을 주어 1년간의 총점으로 챔피언을 가리게 된다. 꾸준하게 점수를 얻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채점방식은 예전과 비교해 근본적으로 변화가 없지만 약간씩 변해 왔다. 1950년에서 59년까지는 5위까지 8, 6, 4, 3, 2점을 주었고 60년에는 8, 6, 4, 3, 2점을, 61년부터 9, 6, 4, 3, 2점이었다가 91년부터 2002년까지는 10, 6, 4, 3, 2, 1점이었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는 1위부터 8위까지 10, 8, 6, 5, 4, 3, 2, 1점을 주었고 올해부터 현재 같은 채점방식이 사용되었다.
F1 그랑프리는 크게 드라이버즈 부문과 컨스트럭터즈 부문 두 개의 타이틀이 있다.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한 드라이버에게 주는 드라이버즈 챔피언십은 개막 첫해인 1950년부터 생겼고 알파로메오를 몬 주제페 페리나가 초대 챔피언의 영광을 안았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1951년 알파로메오를 몰고 챔피언에 오른 J.M. 판지오는 당대 최고의 레이서로서 그 후 54년부터 57년까지 4년 연속 챔피언에 올라 챔피언 5회라는 불멸의 기록을 남겼다.
‘F1 황제’ M. 슈마허가 이를 깨기까지 거의 50여년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슈마허는 이 밖에 역대 최다우승, 역대 최다득점, 한 시즌 최다우승 등 손으로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은 기록을 가지고 있다.
1958년 신설된 컨스트럭터즈 타이틀은 두 대의 차가 레이스에서 올린 득점을 더해 결정하는데 영국의 쿠퍼가 첫 영광을 안았다. 페라리가 16회 1위에 올라 이 부문 정상을 달리고 있다. 1980∼90년대 F1을 풍미한 윌리엄즈가 2위(9회)에 올라 있고, 그 뒤를 맥라렌(8회)와 로터스(7회)가 따른다. 드라이버즈와 컨스트럭터즈 타이틀은 그해 발표된 캘린더의 절반 이상 경기에 참가해야만 받을 수 있다.
한편 드라이버가 타는 경주차의 배기량은 2,400cc로 터보차저(배기압식 수퍼차저)나 수퍼차저(supercharger)를 달 수 없다. 경주차의 최고출력은 컨스트럭터가 민감한 사안으로 여겨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추정치에 따르면 750마력에 이른다. 이 엄청난 힘으로 F1 경주차는 폭발적인 스피드를 낸다. 이 때문에 되도록 경주차의 속도를 줄여 인명사고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F1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속도를 제한하기 위해 모든 기술이 총동원되기도 한다. 따라서 엔진 배기량이 줄었고 연료, 타이어 크기, 차의 최저 무게와 넓이는 물론 에어로다이내믹(*aerodynamics , 공기역학적으로 작동하는 세가지 특수한 부분), 전기장치 등에도 많은 제한사항을 두고 있다.
이처럼 6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F1 그랑프리는 그동안 수많은 경주차와 영광의 얼굴들을 탄생시키며 모터스포츠의 중심에 우뚝 섰다. 따라서 F1 그랑프리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은 넓고도 깊어 연간 50억 명 가량이 TV를 지켜보고, 저널리스트와 사진기자에 의해 전 세계 신문과 전문지 등에 소개되어 420억 명이 F1을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영향력 때문에 F1과 관련된 산업은 번창하고 있다. 단지 모형 경주차나 장난감, 의류 등을 파는 머천다이징 시장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F1 참가팀의 60%가 몰려 있는 영국의 경우 자동차경주가 하나의 산업군을 이룬다. 반면 한국은 아직 모터스포츠 마케팅이 활발하지 않다. 하지만 최근 들어 타이어 및 전자회사 등이 세계를 무대로 한 모터스포츠 마케팅에 눈에 돌리고 있어 앞으로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글 : 자동차 컬럼니스트 김병헌 bhkim4330@hanmail.net
사진제공 : 예술의 전당 www.sac.or.kr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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