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9일 정부는 총부채상환비율(DTI, 부채가 소득의 일정비율을 넘지 않도록 하는 제도)을 한시적으로 자율화하는 ‘실수요 주택거래 정상화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내놨다. 내용을 살펴보면 실수요자가 내년 3월 말까지 주택을 구입할 경우 금융권은 자율적으로 DTI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소득의 10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투기 지역을 제외한 수도권 9억 원(실거래가 기준) 이하 주택을 구입하는 무주택자나 1가구 1주택자(옛 주택은 2년 내 처분 해야 함)가 대상이다.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무주택자(부부합산 연간소득 4천만 원 이하,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85㎡) 이하이면서 6억 원 이하 주택만 해당된다)는 내년 3월 말까지 주택기금을 통해 2억 원 범위 내에서 주택 구입 자금이 지원된다. 연 5.2% 이율로 1년 거치 19년 원리금 균등 분할 상환 방식이다. 더불어 올해로 종료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완화제도를 2년 연장하고 취·등록세 50% 감면 제도 또한 1년 연장하기로 했다.
정부는 왜 애초 예상과는 달리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았을까. 8·29 대책이 발표된 과정을 살펴보자.
올해 초만 하더라도 정부는 DTI에 손댈 생각이 없다고 단언했다. 아파트 거래량이 1/3 수준으로 급감했을 때도 가계 부채를 고려해 DTI와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골격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 밝혔던 정부다. 그러나 6·2 지자체 선거에서 여당이 대패하자 정부 내에서 DTI 규제 완화에 대한 의견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애초 7월 22일 발표 예정이었던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이 사전 예고 없이 전격 연기된 것은 그간 소외됐던 DTI 완화를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이 자리에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는 DTI 규제 완화가 어렵다고 난색을 표명한 반면 국토해양부는 적어도 10%는 완화해야 한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처 간 이견이 커 대책이 발표되지 못하자 여기저기서 정부의 DTI에 관한 인식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그래도 대부분 전문가들은 어느 정도 완화되긴 해도 29일 발표와 같이 전면 자율화라는 초강수가 나올지는 예상치 못했다. “가계부채 악화라는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민간 경제연구 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DTI 비율 10% 완화 정도로는 시장에 아무런 영향을 못 끼칠 것이라고 판단한 듯하다”고 분석한 뒤 “DTI 규제 완화를 두고 벌이는 부처 간 신경전을 청와대가 나서서 직접 정리했을 공산이 크다. 물론 여당인 한나라당의 정치적 압력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정부는 DTI 전면 자율화를 선언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떠받치는 마지막 보루인 DTI 규제를 풂으로써 정부는 이제 가진 패를 모두 오픈한 셈이다. 과연 약발이 먹힐까.
발표 당시 여기저기서 옳고 그름에 대한 얘기가 쏟아져 나왔지만 결국 8·29 대책 성패는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렸다고 봐야 한다. 2주일 지난 지금 부동산 시장은 예전과 별반 다를 바 없이 싸늘하다. 서울 성동구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번 대책에서의 내용은 대출규제 완화밖에 없다. 정부의 2차 대책, 3차 대책이 나올 즈음 부동산은 나아질 수 있겠으나 문제는 정부가 더 이상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내용이 없다”면서 실로 어려운 국면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경기도 의정부 한 중개업소 종사자 역시 “부동산은 시장흐름에 맡겨야 하는데 규제 완화로 풀고 규제 강화로 잡는 악순환이 그나마 이어지던 흐름마저 끊어 놓은 게 아닌가 생각된다. 한정된 부동산 소비층 수요심리를 흔들어 놓는 것은 가수요층의 더 큰 동요로 긴 침체기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대책 발표 이후에도 거래는 전무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추석이 지나고 이사철이 되는 가을쯤 되면 이번 대책이 본격적으로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 전망처럼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려면 전세 가격이 먼저 진정세를 보여야 하지만 문제는 발표 이후에도 오름세가 전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동산뱅크가 발표한 9월 둘째 주 전국 전세가 변동률은 0.15%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울(0.11%)과 인천(0.12%)은 이번 주 오름폭을 키웠고 신도시(0.15%), 경기(0.17%) 등도 상승장을 지속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계절적 비수기에 지역별 입주물량이 이어져 소폭 약세를 보였었지만 이주 들어 신혼부부, 직장인 수요들의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매물이 귀해진 상태다. 신규공급이 많지 않은 33㎡(10평형)대 전셋집의 경우 호가가 500만~1,000만 원가량 상향 조정되는 추세며 이마저도 물량이 없어 계약 성사가 힘든 상황이다. 전세 시장이 진정세는커녕 갈수록 상승폭을 키워가는 형국이다. 시장에서는 정부 부동산 대책을 두고 벌써부터 ‘1주 천하, 2주 천하’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몇 년간 지속된 부동산 침체기를 통해 우리 사회에 신조어가 등장했다. 하우스푸어House Poor. ‘집을 보유한 가난한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이들은 주택가격이 오를 때 저금리를 바탕으로 과도한 대출로 집을 마련했으나 금리 인상과 주택 가격 하락으로 큰 손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다. 집도 있고 차도 있고 겉으로는 남부러울 것 없는 중산층이지만 과도한 대출로 매달 이자를 대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8·29 대책으로 얼핏 하우스푸어들에게 희망이 보이는 듯하다. 실제 아파트를 처분할 기회가 생겼으니 목을 조여오던 대출 이자에게서 벗어날 기대를 하는 이들이 벌써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은 그들의 기대와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은행 대출 창구는 한산하기만 하고 강남 3구 부동산 중개업소에도 아파트를 사겠다고 찾는 사람이 없다. 되려 급매물만 자취를 감췄다. 통상 관련 정책이 발표되고 3개월 후에 효과가 나타난다고 하지만 ‘심리’에 민감하게 돌아가는 부동산 시장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냉담한 수준이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거품이 붕괴한 일본이나 미국의 사례를 봐온 정부가 DTI 대출 규제를 완화할 정도로 간이 부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던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위 기고는 편집부의 기획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글 : 홍정기 전원주택라이프 팀장 hong7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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